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중 정상회담.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국 주류 언론의 시각을 보노라면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많은 매체는 이번 회담을 두고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무릎을 꿇었다”거나 “미국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식의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를 쏟아냈다. 아래에 분석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독자 여러분이 냉정한 평가를 하기 바란다.
중국의 레토릭에 속지 말아야
언론 보도는 국제정세가 실제로 전개되는 양상과 객관적 사실을 통해 그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는 과거 미국 대선 당시 대다수 국내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이나 카멀라 해리스의 압승을 장담하다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음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으로 이번 회담의 진짜 성적표는 화려한 수사 뒤에 숨겨진 대차대조표에 있다.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연출된 양국의 기싸움과 에피소드는 현재 두 강대국이 처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담 행사는 거창하게 치러졌으나, 중국 특유의 대국 근성이 발휘된 레토릭(rhetoric)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만찬사에서 “중국은 5000년 역사에 14억 인구를 가졌고, 미국은 250년 역사에 3억 인구에 불과하다”며 미국을 은근히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자부심 과시야말로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의 압도적인 현실 앞에 마주한 중국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보안과 경호 등 회담 전반에서 양국 대표단 간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미국 대표단은 귀국편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중국 측이 제공한 모든 물품을 보안 우려로 버리고 탑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라도 하는 듯 귀국 비행기 기상(機上)에서 곧바로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양국 간 합의문 대차대조표
회담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과 미국의 요구 조건을 뜯어보면, 이번 회담이 결코 중국의 판정승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방위적으로 패권 지위를 회복해 왔다.
미국의 국익을 타국의 이익보다 절대적으로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 이념이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중국으로부터 탈환했고, 그린란드를 확보해 에너지 안보를 다졌으며,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를 체포한 이후 석유 운영권을 손에 쥐었다. 이에 더해 이란에 대한 강력한 타격으로 이란산 석유에 의존하던 중국의 에너지 수입망에 타격을 입혔고,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을 차례로 파괴하며 ‘에너지 달러 패권’을 복원했다.
이러한 현실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 많은 합의를 끌어냈다. 양국은 국제 물류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반대하고, 해협 통과 시 통행세를 부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데 합의를 하였다. 아울러 이란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에도 합의하였다. 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는 중국이 뒤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던 이란이라는 카드를 미국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백악관 팩트 시트는 위의 합의에 더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하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에너지 등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결국 미국산 에너지(석유, 가스 등)를 대거 사기로 약속했으며, 미국 사회를 좀먹던 펜타닐 원료 및 미래 배터리 시장의 핵심인 전고체 관련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데도 합의하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장 개방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 거대 기업의 총수(CEO) 17명을 대동하고 회담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중국을 향해 이른바 ‘5B’로 대변되는 청구서를 밀어 넣었다. 보잉(Boeing) 항공기 200대 우선 구매(향후 500대 추가 구매 옵션)를 필두로, 대두(Bean), 소고기(Beef), 원유(Barrel), 바이오(Bio) 제품의 구매와 중국 금융시장 개방 요구(Banking)가 그것이다. 이미 정상회담 이전 미국은 중국의 정유사 및 원유 수입업체에 대한 촘촘한 금융 제재망까지 가동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 문제의 향후 처리
이번 회담 이후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과 대만 해협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먼저 대(對)이란 관계에서 미국의 목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향후 20년간 완전히 중단(핵 폐기)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이란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의한 석유 수출 중단 제재로 인해 유정을 강제로 폐쇄하고 기름이 유출되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중동 내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이란을 공격하는 등 이란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이 포함된 다국적 함대가 전개될 예정이며,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제2의 군사작전’이 개시된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와 긴장감
대만 문제에서 시진핑 주석은 배수진을 쳤다. 시 주석은 미국을 향해 “대만 관여로부터 손을 떼고 물러서라(Back off)”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친 요구에 철저한 무응답으로 일관하였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헤그세트 국방장관 등 미국의 외교안보 사령탑들은 현상 유지(Status quo) 입장을 분명히 못 박았다.
아울러 트럼프는 대만에 대한 120억 불의 무기 판매와 관련하여 의회의 승인, 대만의 상황, 중국의 태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대중국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진핑이 대만 문제를 거칠게 들고나온 것은 대외적 승리보다는 ‘국내용 정치 포석’ 성격이 짙다. 경제난 속에서 대만 문제를 통해 정상회담의 성과를 내세우고, 내부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감을 높임으로써 2027년 차기 지도자 선출(장기 집권 굳히기)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보인다.
반면 미국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일본,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연합국들과 함께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군사적 의지를 더욱 구체화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17일 일본 구축함 이카즈치함은 대만 해협을 무려 14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지연 항해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중의 강점과 약점 대비
결국 향후 미·중 관계의 패권 경쟁은 양국이 가진 구조적인 강점과 약점의 충돌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두 나라의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비교해 보자.
구분 | 미국 (USA) | 중국 (China) |
강점 (Strengths) | * 달러 패권 & 금융 장악력 * 혁신 기술(AI, 반도체 설계, 양자 등) 선도 * 식량·에너지 자급자족 가능 *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 (NATO, 쿼드, 오커스 등) | * 세계의 공장: 독점적인 제조업 공급망 *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및 배터리 공급망 장악 * 일사불란한 국가 동원력 및 신속한 의사결정 * 방대한 내수 시장 (14억 인구) |
약점 (Weaknesses) | * 정치적 양극화 (트럼프 주의 vs 민주당 좌파/PC 주의) * 과도한 국가 부채 및 제조업 기반 약화 * 일방주의 기조로 인한 동맹국과의 마찰 소지 | * 에너지·식량의 높은 해외 의존도(말라카 해협 리스크) * 인구 절벽 및 급격한 고령화 진입 *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의 경직성 및 내부 불만 * 부채 위기(부동산) 및 외교적 고립 |
위의 대비표가 보여주듯,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제조 역량과 14억 시장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에너지와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미국이 말라카 해협이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순간 중국 경제의 엔진은 제대로 가동될 수 없다.
여기에 부동산 붕괴로 인한 천문학적인 부채 위기, 인구 절벽, 그리고 1인 독재 체제가 주는 의사결정의 경직성은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와 냉정한 적응(Resilience)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때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미국의 패권에 가장 강력하게 도전해 온 신흥 강국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향후 미중 패권 전쟁은 중국이 ‘피크 차이나(Peak China)’에 도달했다는 미국의 인식과 전략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역시 내부적으로 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식량·에너지 자급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유입되는 젊고 우수한 이민자 덕분에 인구 동태 측면에서 지치지 않는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압도적인 달러 금융 시스템과 첨단 기술 역량이 받쳐주는 한, 미국의 헤게모니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시진핑 부부를 금년 9월 워싱턴 방문을 제의했고 중국이 동의하였다. 또한 11월 중국 셴젠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으로 양국은 합의되지 못한 현안을 가지고 계속하여 씨름하게 될 것이다. 양국간 이미 합의된 사안도 이행의 속도와 진정성이 계속하여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미·중 관계의 대전환기 속에서 냉혹한 역학 관계의 변화를 직시하고,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익을 위한 정교하고 냉정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