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을 겨냥한 단기 부양책과 반기업적 정서가 결합하면서, 한국 경제는 거대한 시장 왜곡이라는 부메랑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가 위험천만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고, 국민의 소중한 자산과 미래 세대의 빚을 동력 삼아 억지로 떠받치는 구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
표심을 겨냥한 단기 부양책과 반기업적 정서가 결합하면서, 한국 경제는 거대한 시장 왜곡이라는 부메랑을 맞이하고 있다. 증시 열풍 속에서 어디 가나 삼삼오오 모이면 주가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44%(G7 국가 70~80%)에 그치고 있으니 졸업자 중 반은 직장을 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민은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로 고통을 받는 시기를 맞고 있다. 자본 시장, 거시지표, 부동산, 노동 환경 전반에 걸쳐 울리는 경고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많은 전문가의 우려 섞인 목소리와 처방을 정리해 본다.
비정상적인 널뛰기 주식시장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자본 시장의 체질 약화다. 주식시장은 본래 기업의 가치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현재 우리 증시는 거대한 인위적 부양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외치지만, 실상은 국민의 노후 보루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증시를 떠받치는 모양새다. 글로벌 연기금들(네덜란드 ABP, 노르웨이 GPFG 등)이 자국 시장 쏠림(Home Bias)에 따른 왜곡을 경계해 해외 분산 투자에 집중하는 반면, 우리 국민연금은 30% 정도를 국내 증시에 투입하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이례적인 ‘독점 구조’를 낳았다.
※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ABP): 세계적인 규모의 연기금이지만 자국(네덜란드) 증시 투자 비중은 1~2% 미만에 불과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세계 최대 규모의 펀드이지만, 자국 내 주식 투자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100% 해외 자산에만 투자
여기에 서민과 젊은 층의 ‘영끌·빚투’가 더해져 신용공여 잔고가 40조에 육박하며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정책 당국이 빚투를 장려한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투기판에 국민을 내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극소수 대기업 3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55~58%를 독식하는 기형적인 지수 착시 속에서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은 세계의 3% 수준이지만 변동성 폭이 커 매우 불안정하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같은 고위험 투기성 제도까지 난립하며 변동성을 키우는 현 증시는, 인위적 지탱이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 빚을 떠안은 개인과 국민연금의 동반 부실화라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수출 흑자 속 기이한 환율 상승과 거시경제의 균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거시지표 역시 심각한 내상(內傷)을 증명한다. 최근 상반기 대규모 수출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5.2원(2026년 6월 8일 기준)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환율 상승이 계속된다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 민생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단기간에 2차에 걸친 추경 재정(총 71조 8,000억 원)을 쏟아부으며 과도한 통화 팽창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GDP 대비 통화량 비중: 미국 71%, 한국 154%)
둘째, 미국 연준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와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 인상에 실기(失期)한 한국은행의 정책 격차가 달러 매수세를 부추겼다.
셋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에 밀리는 장기적 약세(2026년 1.7∼8%, 2028∼31년 1.0∼1.5% 추산) 속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달러로 바꾸어 나가는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마지노선을 방어할 외환보유액은 최근 수백억 달러가 감소해 4200억 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앉았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요원하다. (GDP 대비 보유 외환 비율: 한국 23%, 대만 80%) 한국은행이 보유한 현금은 단 2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에 약속한 투자 액수는 약 3500억 달러)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2단계만 낮추어도 외환위기가 온다고 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마저 미래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 자산에 묶어두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개입주의가 자본의 해외 도피를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규제가 초래한 실물 공급 부족과 전세난의 악순환
부동산 시장 또한 정부 개입이 초래한 ‘공공 실패’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와 온갖 수요 억제책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정작 시장이 원하는 도심 내 양질의 주택 공급(입주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집값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집을 사지 못한 유효 수요가 전세 시장에 주저앉은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와 임대인 규제 등 과도한 패널티는 전세 매물 자체를 잠그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매물 잠김으로 인한 전세가의 고공행진이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민간의 자유로운 거래와 실물 공급 메커니즘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의 대가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 가중으로 돌아오고 있다.
친노조 기업 환경과 대기업의 양보 경영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반기업적 사회 분위기와 전투적인 노동운동은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꺼뜨리는 마지막 도화선이다. 25%의 법인세와 (OECD 회원국 평균 21.5%)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기업의 의욕을 꺾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선 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파업 위협과, 이를 달래기 위해 내놓은 무리한 보상안(영업이익 30%)은 기업의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와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상징적 사건으로 노조의 주장은 관철했으나 정리해고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에서 보너스나 성과급은 법인세 납부, 미래 기술 투자를 위한 유보액, 그리고 기업의 주인인 주주 배당이 이루어진 후 ‘세후 수익’의 범위 내에서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손실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회사의 미래 체력까지 갉아먹으며 과도한 과실만을 독점하려는 노동운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친노조 환경에 밀려 대기업들이 원칙 없는 양보를 거듭하는 것은, 다른 산업 전반에 나쁜 선례를 남겨 국가 경쟁력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시장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시장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인위적인 자금 투입으로 주가를 붙잡고, 규제로 가격을 통제하며, 포퓰리즘으로 노동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목적의 임시방편이나 무리한 시장 개입이 아니다. 현재 국가 부채 수준은 GDP의 180%에 달한다. 과감한 재정 다이어트로 통화 가치를 지키고, 기업들이 미래 기술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며, 자본 시장의 투명성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기본으로의 회귀’가 시급하다.
민간 시장을 살리는 정책 기조로 과감히 전환하고 구조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총체적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