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특별기고: 松山] 이재명 퇴진의 당위성: 국민 마음속에 정권에 대한 신뢰 무너졌다
  • 松山 작가
  • 등록 2026-06-07 16:40:58
기사수정
  • 국민적 관심, ‘결과’에서 ‘과정’으로 이동
  • 머리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역시 민주주의

‘부정선거’에 분노하는 구름 인파가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재선거”를 연호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권의 정당성은 권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선거에서 나온다. 그리고 선거의 정당성은 표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해도 국민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하면 그 승리는 끊임없이 의심받는다. 

 

민주주의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 법률 몰라도 상식은 알아

 

어떤 사람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금을 걷고 수많은 공무원을 두고 거대한 행정체계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법을 집행하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런데 국가가 선거 당일 가장 기본적인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투표용지는 선거의 부속물이 아니다. 선거 그 자체다. 총알 없는 군대가 존재할 수 없듯 투표용지 없는 선거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국민이 투표소에 갔는데 투표용지가 없었다. 몇 달 동안 준비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것은 실수라는 말로 덮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상징적이며, 너무 치명적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은 법률 조문을 모두 알지 못할 수는 있어도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인지는 안다. 동네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하면 난리가 난다.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하면 재선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국가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그것도 전국적 논란이 될 정도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큰 문제인가? 

 

더 심각한 것은 투표용지 자체가 아니다. 그 사건이 국민에게 남긴 불신이다. 민주주의는 믿음의 체제다. 패배한 사람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승리한 사람도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사람들이 정책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후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투표용지 부족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국민의 관심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선거 결과보다 선거 절차가 더 많이 논의되는 상황 자체가 이미 국가 신뢰의 위기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이 있다. “선관위 책임이지 대통령 책임은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선거 관리는 선관위의 업무이고 대통령이 직접 투표용지를 인쇄하거나 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법률시험이 아니다. 정치는 책임의 문제다. 

 

국민은 대통령을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 선출한다. 경제가 나빠지면 대통령 책임이라고 한다. 외교가 실패하면 대통령 책임이라고 한다. 치안이 흔들려도 대통령 책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만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권한만 누리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다. 국민은 선관위 조직도를 보지 않는다. 국민은 국가를 보고 정부를 보고 대통령을 본다. 선관위가 독립기관인지 여부는 정치학 교과서의 설명일 수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책임의 방향은 다르다. 결국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정치적 책임 역시 최고 권력자를 향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정부가 이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을 내놓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주주의는 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로 유지된다. 신뢰를 잃은 정권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정권 무너뜨린 것은 법원 판결 아닌 신뢰

 

역사를 보라. 수많은 정권이 경제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 군사력 때문에 무너진 것도 아니다. 국민이 더 이상 믿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졌다. 신뢰를 잃은 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의심을 받는다. 

 

설명을 하면 변명으로 들리고 해명을 하면 은폐로 들리고 침묵하면 자백으로 들린다. 그 상태에 들어가면 정권은 끝없는 정당성 위기에 빠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퇴진론이 등장한다.

 

퇴진론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문제는 투표용지 몇 장이 아니다. 문제는 국가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결과 국민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신뢰 붕괴에 대해 아무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치에서 책임은 형사처벌만 의미하지 않는다. 사퇴도 책임이고 퇴진도 책임이다.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역시 책임이다. 오히려 그것이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정치적 책임의 방식이다. 

 

만약 국민 다수가 선거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으며 정부가 그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면 최고 책임자는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권력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가 사라진 권력은 껍데기만 남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정권교체 때문이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 때문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국민이 선거를 믿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어떤 정책도, 그 어떤 개혁도, 그 어떤 국정 운영도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의 유지가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다. 그리고 그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면 최고 책임자의 퇴진은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언제나 법원 판결이 아니었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먼저 무너진 신뢰였다. 퇴진론이 제기되는 이유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 松山(송산)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松山은 필명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6-07 18:42:36

    무지한 자가 없는 땅에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해야 하건만 상세하게 초딩조차 이해를 하도록 설명해야만 하는 나라꼴이 참 기가 막힙니다. 기득권세력은 내란이 누구인지 알려하지 않으며 내란을 설명해도 꺼꾸로 집행하는 썩어문드어진 나라, 시궁창보다 더 역한 냄새가 나는 똥을 이제야 굳이 먹어보고서야 분노하네요. 진짜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 증언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국가권력집단과 언론방송이 이 짓거리를.해와도 개돼지들은 뭘 했는지 똥을 먹고서야 이해를 하네요. 국가비상사태지요. 12.3 비상계엄 하지않고서는 똥을 먹어보지 않았기에 현명한 대통령이란 헌법기관의 판단조차 욕을 얻어먹었네요. 이제 모든 것을 25년전으로 되돌려야지요.

  • 프로필이미지
    gjh171502026-06-07 17:53:26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이기자 이기자 이긴다 이기리라 이겨)
    리짜이밍 더덤어인민민주당 뫼가지 따러 가자우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