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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작가칼럼] 진보 교육감 당선 뒤에 선관위 ‘눈먼 행정’ 있었다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6-08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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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정근식 30.3% 역대 최저 득표로 당선
  • 교육감 후보 자격 검증만 제대로 했어도…

왼쪽부터 정근식, 조전혁, 윤호상 후보. [연합뉴스 사진 재구성]

선관위의 무능이 선거 결과를 흔들었다.

 

동네 반장 선거를 치러도 후보의 자격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 천만 서울 시민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을 맡을 수장을 뽑는 선거였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책무의 출발점은 법이 정한 피선거권자의 결격 사유를 현미경처럼 검증하여 자격 미달자를 링 위에서 솎아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엄중한 방어선이 어이없이 뚫렸다. 아니, 뚫린 것이 아니라 심판이 스스로 안대를 쓴 것에 가깝다. 선거의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아침,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단순한 진영의 승패가 아니라 한 편의 서늘한 부조리극이었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직선거법의 기준은 심플하지만 엄격하다. 언론을 사적으로 동원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사의 발행인이나 편집인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반드시 그 직을 사직해야만 입후보할 수 있다. 선관위는 서류와 행정망을 통해 이를 교차 검증하고, 위반 시 등록을 원천 무효 처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무려 72만이 넘는 표를 가져간 윤호상 후보의 이력을 보라. 그는 ‘에듀인뉴스’라는 인터넷 언론의 편집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현재 접속 가능한 해당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사이트 하단 정보 확인 한 번이면 들통날 이 명백한 정황 앞에서도 선관위의 검증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더욱 기막힌 것은, 윤 후보가 이 매체를 사실상 자신의 사조직이나 선거 홍보 스피커처럼 활용해 왔다는 의혹이다. 그는 해당 매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칼럼을 연재하고, 자신의 출마와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알리는 창구로 삼았다.

 

편집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언론을 선거운동에 교묘하게 동원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언론의 사유화이자 선거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선관위의 이 끔찍한 검증 실패가 어떤 파국을 불렀는지 성적표를 차갑게 복기해 보자. 좌파 정근식 후보는 30.3%를 얻어 역대 최저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고, 보수 조전혁 후보는 23.5%에 머물렀다. 두 사람의 격차는 6.8%p에 불과했고, 윤호상 후보의 득표는 무려 14.5%다.

 

만약 선관위의 철저한 검증으로 윤 후보의 출마가 원천 차단되었다면, 단일화 실패에 실망해 갈 곳을 잃었던 보수 표심의 결집은 이 선거의 엔딩 크레딧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좌파 교육감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준 1등 공신은, 진보의 결집이 아니라 다름 아닌 선관위의 맹인 행정이었던 셈이다.

 

윤호상 후보의 과거 궤적을 돌아보면 이 사태가 품고 있는 서늘함은 한층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는 이미 지난 2024년 보궐선거에서도 끝끝내 보수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 출마를 강행해 7만3148표(3.81%)를 갉아먹었다. 

 

당시 조전혁 후보(45.93%)와 정근식 후보(50.24%)의 격차가 불과 4.31%p였음을 감안하면, 보수 진영의 1대 1 승부 구도를 깨뜨리며 패배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술 더 떠 이른바 ‘좋은교육감후보 추대시민회의’라는 임의 단체를 앞세워, 지지율 한 자릿수를 맴돌던 군소 후보들끼리 모여 자체 보수 후보 단일화를 마쳤다며 몸값을 부풀리더니, 도리어 유일한 대안이었던 조전혁 후보를 단일화 반대 세력으로 몰아가는 기막힌 적반하장까지 연출했다.

 

조희연 체제에서 영전을 거듭하며 혁신학교 교장까지 지낸 그의 이념적 궤적은 굳이 논하지 않겠다. 문제는 애초에 링에 오를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후보가, 선관위의 눈먼 행정을 든든한 뒷배 삼아 캐스팅 보터 행세를 하며 보수 진영의 등에 거듭 치명적인 칼을 꽂은 것이다.

 

이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뿌리째 흔들렸다. 가장 기본적인 후보 자격조차 걸러내지 못한 채 안대를 쓰고 링을 방치한 심판, 그 눈먼 행정이 초래한 파국을 그저 뒤늦은 패배주의나 우아한 자성으로 덮고 넘어갈 때가 아니다.

 

이제 선관위가 답할 차례다. 이미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막중한 사태에 더해 결격사유가 분명한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윤호상 후보가 언론 편집인임을 인지했는지, 했다면 법정 기한 내에 관할 관청에 제출한 편집인 사임 관련 공식 행정 서류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서류의 접수 일자가 언제인지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 

 

만약 서류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인지조차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후보 등록을 수리했다면, 이는 선관위의 무능이 당선자를 뒤바꾼 사건이자, 전면 재선거 요구에 직면해야 할 중대한 직무 태만이다. 잃어버린 서울 교육의 정상화는 썩어빠진 검증 시스템에 대한 차가운 저항과 팩트 규명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72만이 넘는 표를 가져간 윤호상 후보는 ‘에듀인뉴스’라는 인터넷 언론의 편집인이었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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