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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카멜레온 보수정치는 꺼져라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25 13: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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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개혁·확장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의 전선을 흐려온 정치
  • 보수층은 말랑한 간판이 아니라 싸우는 정치인에게 반응했다
  • 이제는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 말하는 보수가 필요하다

낡은 ‘보수정당’ 간판 위에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앉아 있고, 앞에는 ‘중도’ ‘개혁’ ‘확장’ 가면이 떨어져 있다. 중도와 외연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색깔을 바꿔온 보수 정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사진=한미일보 그래픽]

주현철 국민의힘 외신대변인의 페이스북 글이 보수 정치권의 폐부를 찔렀다. 표현은 거칠었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정확했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또다시 고개를 드는 ‘간판 교체론’이야말로 보수를 여기까지 망가뜨린 병폐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속으로 계산하고 있을 장면은 눈에 선하다. 장동혁 대표의 이미지가 부담스럽다. 주류 언론이 싫어한다. 강성으로 보인다. 그러니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중도처럼 보이고, 적당히 공격받지 않을 얼굴을 새 간판으로 세우면 위기를 넘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그것이 바로 카멜레온 보수정치다. 

 

상황이 바뀌면 색깔을 바꾼다. 언론이 공격하면 색깔을 바꾼다. 좌파 세력이 몰아붙이면 색깔을 바꾼다. 공천이 위험해지면 또 색깔을 바꾼다. 국민 앞에서는 보수라 말하고, 주류 언론 앞에서는 중도라 말하며, 당내 권력 앞에서는 충성을 말하고, 위기 앞에서는 침묵한다.

 

중도라는 이름의 색깔 지우기

 

이른바 중도와 개혁 보수를 표방해온 유승민·오세훈·이준석·한동훈식 정치 흐름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들이 내세우는 말은 대체로 비슷하다. 강성 보수로는 안 된다. 중도로 가야 한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주류 언론과 싸워서는 안 된다. 거칠게 보이면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중도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보수의 전선을 흐리고 자신의 정치적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는 처세에 가까웠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와 한미동맹이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들고 싸우기보다, 상대가 싫어할 표현은 피하고, 주류 언론이 공격할 의제는 내려놓고, 지지층이 분노하는 사안에는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중도 확장이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중심 없는 확장은 확장이 아니라 해체다.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가진 정당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확장이다. 

 

그런데 이른바 중도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은 먼저 자기 색깔부터 지웠다. 그 결과 얻은 것은 중도도 아니고 확장도 아니었다. 지지층의 불신과 보수 정당의 혼란뿐이었다.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같은 길을 걸었다. 당이 흔들리면 노선을 바로 세우기보다 얼굴을 바꿨다. 책임을 묻기보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왔다. ‘구원투수’라는 이름으로 외부 인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운 투사였는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와 한미동맹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보다 앞세운 사람들이었는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여러 차례 보수 정당의 위기 국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 결과 보수는 더 단단해졌는가. 당의 철학은 더 선명해졌는가. 지지층은 더 결집했는가. 오히려 보수 정당은 선거 때마다 포장지만 바꾸는 정당, 외부 책사의 표정에 따라 방향을 트는 정당, 스스로의 정신을 잃은 정당으로 전락했다.

 

보수층은 싸우는 정치인에게 반응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이 점을 보여준다. 리얼미터 6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4.3%, 더불어민주당은 38.0%를 기록했다. 조사기관과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중요한 것은 수치 하나가 아니다. 보수층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흐름이다.

 

한때 장동혁 지도부도 당 안팎의 책임론과 압박 속에서 흔들리는 듯 보였다. 6·3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에 밀리고, 당내 계산과 주류 언론의 압박이 겹치면서 보수 지지층의 기대도 식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으로 촉발된 6·3 부정선거 항쟁에 동승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거리의 분노, 지지층의 요구, 참정권 박탈 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보수층의 재결집을 불러낸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말랑한 중도 포장이 아니었다. 주류 언론의 눈치를 보는 카멜레온 처세도 아니었다. 보수 지지층이 반응한 것은 싸우겠다는 신호였다.

 

나경원, 주진우, 신동욱 의원이 최근 보수층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이 갑자기 새 얼굴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보수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한 말을 했고, 보수 지지층이 요구한 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재선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주진우 의원은 참정권 침해 진상조사 국조특위 위원으로 선관위의 계약 구조와 수의계약 문제를 파고들었다. 신동욱 의원은 사태 당일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개표 강행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다. 중도 포장도 아니다. 보수층이 분노하는 사안 앞에서 뒤로 숨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리의 시민들이 외치던 문제를 여의도 안으로 끌고 들어왔고, 선관위의 부실과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만들었다. 보수 지지층은 바로 그 지점에 반응했다.

 

국민이 외면한 것은 특정 대표의 얼굴 하나가 아니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싸우지 않는 보수다. 

 

정권과 좌파 세력이 헌정 가치를 흔들 때도 몸을 사리고, 선거 제도와 법치가 의심받을 때도 침묵하며, 지지층이 거리에서 절규할 때도 여의도 계산기만 두드리는 보수다. 앞에서는 강경한 척하지만, 실제 위기 앞에서는 뒤로 숨는 웰빙 보수다.

 

6·3 부정선거라 말할 결기

 

정치는 이미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보수 정치라면 더욱 그렇다. 보수는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정치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고, 법치를 지켜야 하며,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 한미동맹과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나라의 기본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정작 보수 정치인들이 지키려는 것이 자신의 지역구와 공천장뿐이라면, 그 정당은 이미 보수 정당이 아니다. 보수라는 간판을 걸고 있을 뿐, 실제로는 기득권 보신 정당이다. 국민의 분노보다 언론의 평가를 더 두려워하고, 헌정 가치의 붕괴보다 자신의 다음 선거를 더 걱정하는 정치인들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말을 흐려서도 안 된다.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참정권 박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하지 못했고, 투표가 중단됐으며, 선거관리의 기본 책무가 무너졌다. 

 

선거는 개표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국민이 방해 없이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이미 선거의 근본이 훼손된 것이다.

 

부정선거를 득표수 조작으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 표를 조작한 선거만 부정선거가 아니다. 표를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 선거도 부정선거다. 선거의 자유와 공정, 평등과 실질적 투표 기회가 무너졌다면, 그것을 부정선거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6·3 지방선거 참정권 박탈 사태는 부정선거다.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증거보전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문제가 확인된 선거구의 재선거 요구는 선거 불복이 아니라 국민주권 회복의 절차다.

 

카멜레온 보수정치는 꺼져라. 국민은 더 이상 색깔 바꾸는 보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수가 다시 살 길은 분명하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 말하라. 그리고 국민의 참정권을 되찾는 전선의 맨 앞에 서라.

 

그 전선 뒤에는 청년이 있다. 뒤늦게 각성한 중년이 있다. 아스팔트를 맨몸으로 달군 노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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