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개혁위원장 최영진 중앙대 교수. [사진=한국일보]
최근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군사관대학교(가칭)’ 창설 및 3군 사관학교 통합안에 대한 예비역 단체의 반대 궐기대회가 있었다.
이에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인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현재의 3군 사관학교 분리 운영 체제가 시설 낙후, 교수진 확보의 어려움, 교육 만족도 저하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과거 이승만·전두환 정부에서도 ‘사관학교 통합’이 논의되었던 만큼 ‘규모의 경제’를 위해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론은 군 조직의 특수성과 3군 사관학교가 쌓아온 고유한 전통을 간과한 졸속 행정임을 다수의 자유우파 국민은 알게 되었다. 이에 사관학교 통합안이 가져올 부작용을 저지하고자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1. 과거 일시적 ‘통합’ 논의의 본질을 직시해야
최 교수가 언급한 과거 통합 논의는 사실과 다르다. 이승만 정부 당시 ‘마크 클라크’ 미8군 사령관이 사관학교 통합을 권고했다고 하지만, 그 당시 미국은 휴전과 전후 한국군 역량 증진에 집중했지, 사관학교 통합을 제안하고 추진할 입장이 아니었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통합군’ 추진과 맞물려 거론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독일식 제도를 선호해 사관학교 체제를 개편하려 했고, 전두환·노태우 정부는 효율성을 위해 통합군을 추진하며 교육 통합을 논의했으나, 결국 통합군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백지화되었다.
즉, 과거의 논의는 ‘통합군’이라는 상위 체제와의 연계 속에서 검토된 것이며, 통합군은 타당성이 부족해 채택되지 않았고 사관학교 통합도 함께 묻혔다.
2. 통합안은 ‘육사 죽이기를 통한 군의 정체성 해체’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국민은 믿는다
사관학교 통합이 ‘규모의 경제’가 진짜 이유라면, 현 육사 부지에 ‘국군사관대학교(가칭)’ 건물을 짓는 게 합리적인데, 이번 통합안은 ‘서울 소재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의도가 노출되었다. 이미 잘 갖춰진 군사 시설과 80년 역사를 훼손하며 학교를 이전하려는 것은 경제적 효율도 정체성 확립도 아니다. 국가 예산을 낭비하면서 경제를 말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육사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확신을 지울 수 없다. 육사 생도까지 정치적 연좌제로 응징하려는 것은 천벌을 받을 짓이다.
육사는 좌우 정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국군의 산실’이다. 육사 출신들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편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5년 임기의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사관학교 전통과 존폐를 흔드는 것은 매우 옹졸하고 위험한 처사다.
3. ‘규모의 경제’는 사관학교의 특수 목적의 교육 본질을 대체할 수 없다
통합 찬성 측은 시설 투자와 교수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는 학교를 합치지 않고도 각 사관학교에 대한 과감한 예산 지원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전 비용을 투자하면 사관학교를 우수한 인재들이 누구나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저마다 위치와 건립 목적이 다른 3군 사관학교의 80년 전통이 담긴 교육 시스템 파괴는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생도 교육은 일반 대학의 행정적 규모와는 차원이 다른 ‘소수 정예의 밀착 교육’이다. 단순히 생도 수를 늘리고 시설을 합친다고 해서 장교의 자질이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군 특유의 전통과 각 군의 전문성이 배제된 통합 교육은 장교들의 정체성 혼란을 낳고 미래 전장에서 필요한 각 군별 전문적 지휘 역량을 저해할 뿐이다. 생도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의 군과 국민의 안전에 대한 투자다.
4. ‘통합’ 논리는 현재 한국군 논리에 맞지 않는다
통합군은 공산당이 군을 지배하는 공산국가에서 선택하는 군제(軍制)다.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팀이 통합군 전환까지 논의하면, 현재 우리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연합군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 군 조직의 상위 개념인 통합군 논의는 안보의 근간을 건드리는 문제가 된다.
사관학교 통합을 반대하기 위해 ‘통합군부터 하고 사관학교를 통합하라’는 논리도 위험하다. 검도에서 손목을 지키려고 하다가 머리를 내주는 꼴이 된다. 종북 주사파는 중공과 북한처럼 통합군제를 추진하기 위해 사관학교 통합부터 먼저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그들은 안보 파괴를 밥 먹듯 하기에, 안보 학도들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랄 수밖에 없다.
통합군은 당장 해군과 공군의 반발을 살 수 있고, 불필요한 전략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우리는 통합군이나 타국의 사례를 빌리지 않고도, 우리 군 내부의 전통과 교육적 내실이라는 충분하고도 강력한 반대 논리를 가지고 있다.
진정한 국방 개혁은 껍데기뿐인 통합이 아니다. 각 사관학교에서 미래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 투자와 교육 내실과 초급간부 사기 진작을 위해 복지 예산부터 투자해야 한다.
민심과 군심은 졸속적인 통합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발상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육·해·공군이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문성을 고도화할 때, 비로소 강력한 합동 작전도 가능하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발전을 위한 열린 공청회와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우리 군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분산시키는 반국가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강구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