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사진관에서 상인이 물이 커튼 중간(1m 이상)까지 가득 찼다며 손짓하고 있다. [연합뉴스]광복절 연휴 거제 등 경남 남해안에 비가 '기록적'으로 쏟아진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나라 북동쪽 고기압이 저기압 이동을 막은 점이 꼽혔다.
기상청은 동쪽 고기압 강화에 따른 저기압 이동 지연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고, 지형적 특성과 저기압 발달, 다량의 수증기 유입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8일 기상청 분석을 보면 남서쪽에서 제13호 태풍 돌핀에서 약화한 저기압이 다가오고 남동쪽엔 고기압이 있으면서 지난 연휴 가강수량이 70㎜에 달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강하게 유입됐다.
북반구에선 저기압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고기압에선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기에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서쪽에 저기압, 동쪽에 고기압이 있으면 남풍이 불게 된다.
가강수량은 공기 내 수증기가 모두 응결했을 때 그 양을 말한다.
수증기를 다량 품은 남풍은 남해안에 진입하며 강한 비구름대를 만들었다.
바다 위를 지난 기류가 육지로 진입하면 땅과 마찰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방향이 바뀐다. 그러면서 해안 대기 하층에 공기가 쌓이고, 쌓인 공기가 상승하면서 비구름대가 만들어진다.
거제 내 해발고도 500m 안팎 산맥도 풍속을 감소시켜 기류 수렴에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이번에 대기 상·하층이 결합한 저기압이 발달했다"면서 "대기 상층엔 북서쪽에서 기압골이 느리게 접근해왔지만 강하게 영향을 줬고 하층에서는 남풍이 거세게 유입돼 남해안에 수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거제의 해안선과 지형이 중규모 저기압 발달에 유리했고 중규모 저기압 발달에 유리한 바람도 계속 불었다"고 부연했다.
거제 호우 당시 저기압 발달 모식도. [기상청 제공]
우리나라 북동쪽 고압부는 강고히 자리를 지키며 저기압 이동을 막고 기압경도력을 키워 대기 하층 남풍이 강하게 불도록 했다. 일본 남쪽 제17호 태풍 낭카에서 약화한 저기압은 고압부가 남서쪽으로 더 확장하게 지원했다.
기압경도력은 기압 차에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기압 차가 나는 두 지점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기압경도력이 세다.
이번에 저기압은 동진하고 북동쪽 고기압은 버티면서 둘 사이가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그사이 바람이 거세게 분 것도 기압경도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거제 호우 당시 기압계.. [기상청 제공]
거제엔 전날에만 654.3㎜의 비가 내리면서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 기준 국내 기상관측 이래 일강수량이 3번째로 많았다. 전날 거제보다 일강수량이 많았던 경우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가 상륙했을 때 강원 강릉과 대관령에 각각 870.5㎜와 712.5㎜ 비가 하루에 내린 사례밖에 없다.
거제엔 전날 새벽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호우'가 내리기도 했다.
또 거제에는 광복절인 15일부터 18일 0시까지 총 928.0㎜ 비가 내려, 평년 여름 한 철에 내릴 수준의 비가 사흘 만에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