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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트럼프·이재명 정면충돌로 가나… 김정은·왕이까지 등장한 한미 ‘기세 싸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8-19 1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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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한구 경질 하루 뒤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이란 협조 거부까지 공개 거론
  • 트럼프는 김정은 직접회담 추진, 이재명은 전작권·자주국방 강조하며 왕이 접견
  • 대북송금 북측 기록·용산 미군기지 환경책임까지…곳곳에 남은 잠재적 압박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최근 한미 통상 갈등에 이어 연합훈련 축소와 북미 직접대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한미관계의 이상기류가 안보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25.8.26 [사진=연합뉴스]

한미관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통상에서 시작된 이상기류가 안보와 북한, 중국 문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이 정면충돌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벌어진 사건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양측이 서로에게 “나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기세 싸움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작점은 통상이다.

이재명은 15일 한미 관세 협상의 실무 사령탑이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전격 직권면직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와 투자 문제 등 굵직한 대미 통상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협상 책임자를 교체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여한구 경질을 곧바로 대미 강경노선 전환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이후 벌어진 일들을 감안하면 시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루 뒤 안보 카드 꺼낸 트럼프

바로 다음 날인 16일 트럼프가 움직였다. 미 국방부에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가 북한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까지 함께 거론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다른 현안의 불만이 한미동맹의 핵심 안보자산인 연합훈련과 한 메시지 안에서 언급된 것이다. 

지시는 실제 조치로 이어졌다. 당초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예정됐던 을지프리덤실드(UFS)는 21일까지 5일로 줄었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됐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지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설명까지 나오면서 문제는 단순한 훈련 규모를 넘어 ‘동맹 간 의사결정 방식’으로 확산됐다.

트럼프의 정확한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서울에는 분명한 압박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워싱턴 역시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안보 분야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 줄이고 김정은 직접 만난다는 트럼프

트럼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정은을 꺼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과 직접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아시아 방문 때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를 전하면서 자체적으로 회담 계획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은 아직 확정된 일정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효과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줄이는 동시에 김정은과 직접 담판을 추진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럼프에게 김정은은 북핵 협상의 상대지만, 서울에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과 직결된 문제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김정은 체제는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추진 및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당시 북측 상대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에서는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관여 혐의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가 포함됐다. 다만 이 판결이 이재명 본인의 공모 여부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당시 이재명 명의의 대북 친서와 방북 초청 관련 문서가 북측에 전달된 사실도 수사와 재판 과정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북한에는 당시 접촉과 협의에 관한 자체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이를 알고 김정은 카드를 이재명 압박용으로 꺼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북미 정상의 직접 접촉이 이재명에게는 다른 한국 대통령과는 다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현 국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변수다.

서울의 선택지도 주목된다

서울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재명은 트럼프의 훈련 축소 지시 이후 18일 을지국무회의에서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함께 담겼다.

그리고 중국이 등장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9~20일 한국을 방문한다. 이재명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왕이를 접견한다. 한중관계뿐 아니라 한반도와 역내 정세가 의제에 올라간다. 왕이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도 회담한다. 

왕이 방한은 트럼프의 한미훈련 축소 지시에 대응해 급조된 일정이 아니다. 이를 ‘맞불 외교’라고 단정하면 사실관계와 어긋난다.

그러나 외교에서는 시점 자체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시점에 중국 외교의 최고위급 인사가 서울에서 이재명을 만난다. 미국이 북한이라는 선택지를 보여주는 동안 서울에도 중국과 움직일 수 있는 외교 공간이 존재한다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용산 미군기지 환경책임도 잠재적 카드

대미 관계의 또 다른 잠재적 변수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문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에는 반환부지 관리에 ‘환경관리’를 의무화하는 제20조의2가 들어 있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과거 용산기지 임시 개방 과정에서 환경오염 정화와 위해성 저감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명시돼 있다. 

이 조항 자체가 미국에 토양정화비용을 청구하거나 미군의 새로운 법적 책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법안 역시 지난 3월 발의된 것으로 최근의 한미 이상기류보다 훨씬 앞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를 트럼프의 최근 움직임에 대응한 법안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향후 활용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미군기지 반환 과정에서 토양·지하수 오염과 정화비용은 오랫동안 한미 간 민감한 사안이었다. 부산 캠프 하야리아처럼 반환 이후 한국 정부가 실제 정화비용을 부담한 사례도 있다.

용산기지 환경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화될 경우 오염 원인자 책임, 정화비용 부담, 나아가 SOFA 문제까지 대미 책임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카드가 실제 대미 협상이나 정치 공세와 결합한다면 한미 간 기세 싸움은 통상과 안보를 넘어 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아직은 ‘서로 카드를 보여주는 단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트럼프와 이재명이 정면충돌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한미동맹의 기본 틀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움직임의 속도는 빠르다.

여한구 경질 → 트럼프의 한미훈련 축소 → 한국의 이란 협조 거부 공개 거론 → 김정은과 직접회담 추진 → 이재명의 전작권 환수·자주국방 강조 → 왕이 방한.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들이 서로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로 확인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벌어진 사건들이 결과적으로 서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안보 문제에서 김정은이라는 선택지를 보여줬다. 이재명은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중국 외교수장을 만난다. 여기에 통상정책과 미군기지 환경책임 문제까지 실제 대응수단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면 한미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직 충돌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가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선택지를 하나씩 공개하는 단계’에는 들어섰다.

문제는 다음 수다.

상대가 보여준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한미 간 ‘기세 싸움’은 정면충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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