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보수 유튜브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자유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하는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유튜브 캡처]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9일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전략 전환”이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표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논쟁은 정작 핵심을 비켜간다.
문제의 본질은 전략이 아니라 판단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법과 검증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을 정치가 먼저 정리해버린 판단의 오류다.
그는 보수 유튜브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자유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외쳤지만 외연이 넓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고립된 선명성”으로 규정했다.
이 두 발언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공통된 인식 구조를 갖고 있다.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를 모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호’로 환원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판단의 오류가 발생한다.
먼저 ‘윤 어게인’에 대한 판단이다.
윤 어게인은 선거 슬로건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인물의 복귀를 외치는 단순한 정치 구호라기보다, 사법 판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가 먼저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정서적 요구에 가깝다.
다시 말해 윤 어게인의 핵심은 “아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이를 선거의 유불리 언어로만 재단하는 순간, 정서와 구호를 혼동하는 오류가 생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일이 19일이다. '뭐가 급했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부정선거에 대한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김 최고위원은 “10년 동안 외쳤지만 넓어지지 않았다”는 결과를 근거로 담론을 정리했지만, 이는 인과관계를 거꾸로 본 해석이다.
외연이 넓어지지 않은 이유가 주장 자체의 허구성 때문이 아니라, 검증·기록·접근의 구조가 제도적으로 차단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질문이 틀려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질문이 봉인돼 있었기 때문에 확장되지 못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50% 수준이란 점, 부정선거의 본질이 검증이란 점을 간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두 사안을 모두 ‘고립된 선명성’으로 규정한 프레임이다.
선명성은 단정에서 나오지만,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가 던지는 것은 단정이 아니라 질문이다.
중도층이 불편해하는 것은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을 회피한 채 결론부터 내리는 정치다.
“사실이냐 아니냐”보다 “확인할 수 있느냐”, “누가 책임지는 구조냐”를 묻는 태도는 오히려 중도의 언어에 가깝다.
김 최고위원은 “중도를 설득하려면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지만, 제도 개선은 문제 제기를 지운 자리에서 시작될 수 없다.
본인 확인 강화, 전산 시스템 검증, 투표 절차의 기록화 같은 논의는 모두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라는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공론장에 올라온 사안들이다.
그 질문을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정리해버리는 순간, 제도 개선 역시 정치적 동력을 잃는다.
정치는 선거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법과 검증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책임을 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전략은 바뀔 수 있지만, 판단을 서둘러 정리해버리는 정치는 신뢰를 남기지 못한다.
윤 어게인도, 부정선거도 실패한 구호가 아니다.
아직 답변되지 않은 질문이다.
정치에는 타이밍이 있다.
이 말은 김영삼의 정치관을 요약하는 표현으로 오래 회자돼 왔다.
옳은 말이라도 시점을 놓치면 정치가 아니며, 맞는 판단이라도 너무 이르면 책임 회피로 읽힌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김민수의 이날 발언은 타이밍도 판단도 너무 섣불렀다.
김영 | 한미일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