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군이 적지에 고립된 WSO(무장체계장교)를 신속하게 구출한 사례는 현대 군사작전에서 ‘구출 능력’이 단순한 구조 활동을 넘어 국가 역량의 총체적 지표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미군은 고립 신호가 포착된 직후 위성·고고도 무인기·전자정보 자산을 동시에 가동해 위치를 특정했고, 미 대통령 직속의 전담 조직이 자동화된 절차에 따라 즉각 전력을 투입했다. 전투 탐색과 구조의 교범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구출 작전은 위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정치적 결단, 공중우세 확보, 전자전 지원, 특수부대 투입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결국 적지에 고립되었던 WSO는 생존한 채 귀환했다. 이 사례는 단 한 명의 전우를 위해 군인존중철학·정보력·지휘력·전력·문화적 기반이 어떻게 연동되고 작동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군이 이번 구출작전에서 성공한 이유와 현 우리 군의 수준을 예비역 식견으로 살펴본다.
구출작전의 첫 번째 요소는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고립자의 위치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작전의 성패를 결정한다. 미군은 실시간 위성 정보와 고고도 무인기, 전자정보 수집 자산을 통합해 고립자의 생존 신호를 즉각 분석한다. 미군의 ISR은 단순히 기계가 많은 것이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융합하는 '결합 성능'에 있다.
반면 한국은 핵심 정찰 자산이 제한적이고 정보 융합 체계 역시 완성도가 높지 않다.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왔을 때, 미군의 자산이 '제공'은 되더라도 '통제권' 밖에 있다면 정보의 해상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독자적 정보 자산이 부족하다면 이는 눈을 감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성공 요소는 지휘통제 체계의 속도와 단순성
구출작전은 분 단위로 상황이 변한다. 지휘 체계가 복잡하거나 승인 절차가 길어지면 골든타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미군은 전담 조직과 자동화된 대응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어 위험 지역이라도 필요하면 즉각 전력을 투입한다. 반면 정치가 안보에 직접 개입하는 한국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 외교적 부담, 다층적 지휘 구조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느리고 둔감하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실제 작전에서 행동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 요소는 전력 투입 능력
구출작전은 한 명을 위해서도 전쟁급 전력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구난헬기, 근접항공지원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특수부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항공우세와 작전권한이 필요하다. 미군은 이러한 패키지를 즉시 구성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부 전력이 부족하거나 제한적이어서 동일한 수준의 작전을 구성하기 어렵다.
네 번째 요소는 군인과 자국민 존중 문화
“전우를 버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교리·훈련·예산·작전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되어야 위험을 감수한 구조가 가능하다. 미군은 이 가치가 조직의 DNA처럼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우리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보았듯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고, 여론의 방향에 따라 판단이 흔들리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현역의 마음 속에 반드시 돌아온다는 신념이 부족할 것이다. 국가가 국민과 맺은 ‘사회적 계약’의 강도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구출작전의 수준은 단순한 군사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정보 자산의 독립성, 지휘 체계의 단순화, 전력 구성 능력, 전우 보호 문화, 그리고 결정적 안보 위해(危害) 상태에서 정치·외교적 부담을 감수할 통치 차원의 결단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작전은 개시도 하기전에 실패한다.
이 지점에서 전작권 전환 논쟁이 다시 떠오른다.
최근 李 대통령은 미국 의회 인사들 앞에서 밝힌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로 미국의 방위 부담 경감’ 발언은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동맹 억제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 한국이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며 미군 지휘부를 한반도 안보 구조에 묶어두었던 것은 자존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었다.
우리 군은 세계적 군으로 성장했지만 전작권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다. 이는 상징적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의 문제다. 고립된 단 한 명의 국민조차 신속하고 완전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면전의 복잡한 변수를 감당할 지휘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실무적 완성도의 문제다.
전작권 전환은 미군의 그동안의 기여와 헌신적 노력에 따른 동맹 지분을 몽땅 가지겠다는 허망한 억지이고 꼬리가 머리를 제치고 앞서가겠다는 무리수다. 전작권 전환은 동맹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던 안전장치를 스스로 해체하여 안보의 성벽을 안에서 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작권 전환 이후, 군사적 결단이 정치적 눈치 보기에 막힌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대한민국 위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군의 적지에 고립된 군인 구출작전의 성공은 우리에게 냉정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독립적 지휘권은 선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단력·정보력·지휘력·전력·문화라는 ‘안보 면역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한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미군의 4차원 전투체계를 배우고 내실을 다지는 성찰과 준비다.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안보 담론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