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게티이미지=뉴욕포스트]
미국 뉴욕포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결과를 6가지로 요약해 15일 오전(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시장을 미국 기업에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도출한 핵심 성과는 다음과 같다.
1. 대만 문제에 확실히 답하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 시작과 동시에 대만 문제를 제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하나의 중국’ 정책을 통해 베이징의 대만 영유권 주장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채택,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여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이 중국에는 도발을 억제하고 대만에는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임을 강조했다”며 “이 문제가 적절히 해결된다면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져 관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대만 독립과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이 미·중 양국의 가장 큰 공통분모”라고만 전달했다.
2. 시진핑 “이란 사태 해결에 협력하겠다”
두 정상은 이란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2026년 5월14일자 뉴욕포스트 1면 표지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션 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진심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시 주석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산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만큼 시 주석이 이란 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 주석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45~50%가 통과하는 곳이지만 현재 무력 충돌로 인해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중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 및 통행료 징수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3. 트럼프 “중국이 미국에 수천 달러 투자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수십 명의 재계 거물들을 대동하며 “엄청난 규모의 투자 유치와 환상적인 거래”를 예고했으나, 양국 정상은 베이징 공동 발표에서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6년 5월15일자 뉴욕포스트 1면 표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번 방중단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첫 회담에 동석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에 합의했으며, 미국산 대두와 석유 수입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첫 방중 당시를 회상하며 “지난번에는 36건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난하이 처소에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환상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4. 시진핑, 미국 기업에 중국 시장 ‘단계적 개방’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도착 전부터 이번 방중의 최우선 과제가 미국 기업을 위한 중국 시장 개방이라고 공언해 왔다.
중국 국영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동석한 미국 CEO들에게 “중국의 개방 문호는 더욱 활짝 열릴 것이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더 넓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특정 부문 개방에 동의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단계적인 개방이 될 것”이라며 “전면적인 즉시 개방을 원하지만, 시 주석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리더라는 점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5. ‘소프트 파워’ 통한 세력 과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의전을 동원했다. 베이징 공항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군악대와 의장대,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 노래를 부르는 3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동원됐다.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도 화려한 레드카펫 위에서 두 정상의 첫 악수가 이루어졌으며, 미 애국가 연주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젠슨 황, 팀 쿡(애플 CEO) 등 글로벌 재계 거물은 물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그리고 2020년 중국의 제재로 입국이 금지됐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까지 대거 대동하며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오는 9월 워싱턴으로 초청했으며, 시 주석이 이를 수락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6. 개인적 친분 강화 속 유동적인 미·중 관계의 미래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내내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두 사람의 유대 관계가 “매우 공고하다”고 치하했다.
시 주석 역시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을 인용해 “중국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드는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회담 말미에 시 주석은 2017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받았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중난하이 정원의 장미 씨앗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양국 관계가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양국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때 충돌이 발생하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무력 충돌)’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길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시 주석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로 보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만 해도 우리는 사실상 쇠퇴하는 국가였고, 그 점에서는 시 주석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이며,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