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
최근 김규나 작가가 ‘소설 같은 세상’ 308회에서 현 시국에 딱 맞는 소설 한 편을 소개했다.
김규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일컬어 “민주주의의 규칙을 권력이 어떻게 유린하는지 보여주는 잔혹한 우화”라고 전한다.
이 소설은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백색 실명 사태가 종식되고 4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도 선거와 관련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정부가 치른 선거에서 기이한 투표 결과가 선언된다. 기권도 없고 무효표도 없는데, 투표자의 무려 83%가 백지표를 넣은 것이다. 정부는 당황하여 곧바로 재선거를 실시하지만 백지투표는 더 늘어난다.
주권자의 무서운 침묵 앞에 이성을 잃은 정권은 이를 체제 전복을 노린 거대한 테러로 규정한다.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며, 온갖 정치적 공작과 거짓 선동으로 시민들을 압박한다.
정권이 원하는 결론을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가 국민을 적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위협 앞에서도 시민들은 스스로 경이로운 질서를 유지하고 혼란을 자제한다. 이에 열받은 정부는 결국 사태를 주도한 배후라며 죄 없는 사람을 지명해 누명을 씌우고 희생시키며 무력으로 도시를 장악한다.”
김규나는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한 후 “202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6·3지방선거의 실상은 소설 속 상상력보다 훨씬 추악하고 야만적”이라고 진단한다.
“소설 속 정권이 백지표라는 국민의 무서운 침묵에 두려워했다면, 이 나라의 부정한 권력은 국민의 신성한 표를 대담하게 훔치고 조작하는 이른바 ‘투표 도둑질’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한 ‘부정선거’다. 국민의 주권을 강탈한 헌정 사상 최악의 국가 테러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주권을 도둑맞고 일어선 국민을 대하는 국가 권력의 태도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12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정권은 반성은커녕 서슬 퍼런 공권력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정권 수장은 기다렸다는 듯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을 경찰에 하달했고, 경찰은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한 ‘특수강요 혐의’를 운운하며 시위에 동조하면 ‘패가망신’할 거라고 노골적인 협박을 퍼부었다.”
김규나는 “표를 도둑맞은 피해자에게 도둑들이 도리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윽박지르고 있는 꼴”이라며 “물러서지 않으면 다리를 쏘라던 소설 속 독재자의 비정한 명령이 2026년 대한민국 광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는 골수 좌익 작가다.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도 그렇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정부의 폭거와 그에 대항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지투표 사태가 벌어지자 ‘극우’ 정부가 ‘민주’ 시민을 무력 진압한다는 설정인데 전형적인 좌파적 프레임에 갇힌 소설”이라고, 독자 여러분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규나가 이 책을 호출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좌익 작가가 머릿속으로 상상해 낸 허구의 독재 정권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민주’의 탈을 쓰고 대낮에 표를 도둑질하고, 이에 항의하는 주권자에게 ‘패가망신’을 운운하며 협박하는 자들의 현실이 훨씬 더 야만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규나는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으며, 권리는 방관하는 자의 몫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부정한 권력이 던져준 가짜 결론과 공권력의 협박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손으로 무너진 인과율을 바로잡고 빼앗긴 자유를 되찾을 것인가 묻는다.
김규나는 외친다. “진실을 향해 눈을 뜬 대중의 거대한 분노 앞에서, 표를 훔치고 물대포와 패가망신의 공포로 연명하려는 독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도둑맞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되찾기 위한 거룩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유 대한민국이여!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은 페이스북에서만 볼 수 있다. ‘규작 파이팅’ 자율 구독료는 1만 원이다.
신한은행 110-072-537351 (예금주: 김규나)

◆ 김규나 작가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이 당선돼 등단했다. ‘트러스트 미’ ‘체리레몬칵테일’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 ‘소설로 읽는 세상’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