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본사를 둔 포춘 150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대한 한국 규제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두고, 미국 측은 이를 단순한 국내 법 집행이 아닌 ‘동맹국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로이터=WSJ]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와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정가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미국이 한국의 ‘쿠팡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과 통상 갈등에 대한 이슈를 16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에 본사를 둔 포춘 150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대한 한국 규제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두고, 미국 측은 이를 단순한 국내 법 집행이 아닌 ‘동맹국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미 하원 법사위 “한국은 경쟁을 거부하는 나라”
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소위원회는 최근 “경쟁을 거부하는 나라: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실무 보고서를 발간했다. WSJ는 총 35쪽 분량의 이 보고서 절반 이상이 쿠팡 관련 내용에 할애돼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앞세워 미국 기업들에 가혹한 규제 부담과 징벌적 집행, 그리고 불균형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알고리즘 관련 조사에 대해, 국내 대기업(SK텔레콤 등)의 유사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에 훨씬 더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강조했다.
나아가 보고서에는 국정원 등이 쿠팡의 해외 자산 회수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강요했다는 폭로성 내용까지 담겼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조직적으로 차별적 조사를 벌여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한국 내에서 경쟁하는 다른 업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규제 부담을 가하고 처벌적 집행 조치를 취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최근 미국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경쟁 법안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미국과 맺은 차별 금지 및 공정성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작년에 전 쿠팡 직원이자 중국 국적자가 고객 데이터에 무단으로 접근한 이후, 한국 정부는 대규모로 쿠팡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시작했으며, 대부분은 데이터 보안을 훨씬 넘어선 수준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경찰청이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의심 사례’가 없었고 접근된 데이터는 ‘민감도가 낮았다’고 밝혔음에도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해 다른 경쟁사들이 겪지 않은 적대적 제한과 과도한 벌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해왔다.”
그러면서 2025년 12월, 김민석 총리가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결의로 불법 시장 관행을 근절할 것”을 촉구한 것과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이 규정을 위반했으며, 위반한 기업들은 ‘파산할 정도’에 가까운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꼬집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포춘 150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대한 한국 규제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두고, 미국 측은 이를 단순한 국내 법 집행이 아닌 ‘동맹국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하원 보고서에는 쿠팡의 임시 CEO 해럴드 L. 로저스의 국회 증언에서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중국 상하이 강에 버려진 노트북을 회수하는 작전을 수행하라고 쿠팡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다”며 쿠팡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유출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작전과의 연루설을 부인하며, 오히려 로저스가 국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위증 혐의를 제기했다며 “만약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면, 한국 정부는 작전을 강제해 놓고 증인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체결된 전략무역투자협정에서 한국은 미국 기업들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차별이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따라서 쿠팡 사건은 단일 미국 기업에 대한 심각한 부당 대우 혐의에 관한 것 이상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 정부는 쿠팡 관련 조치는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시행되고 있으며, 차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회 보고서에 담긴 방대한 상세 증거를 부정할 만한 사실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와 국익 관련 직접적 피해
WSJ는 좋은 무역 협정을 발표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 조항은 파트너 국가의 공무원들이 조항을 이행하고 집행할 때에만 그렇게 된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현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2025년 말 이후 미국 투자자 가치에서만 30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그린오크스(Greenoaks), 알티미터(Altimeter) 등 미국의 대형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본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또 미국 싱크탱크(컴피티어 재단)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의 공격적인 규제 방식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가 최대 5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가정당 평균 3800달러(약 500만 원)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이 현지 경쟁사와 다르게 대우받는다면 미국 정부는 관세 혜택, 조달 접근권 및 투자 승인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이 재량적 집행으로 미국 기업을 무력화할 때, 그들은 의도치 않게 중국을 돕는 셈이라며 한국의 행동이 중국의 한국 진출을 위한 공간을 열어준다고 짚었다. 또한 이런 선택적 기소가 미국 투자자들에게 연계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게 만든다고도 경고했다.
“합리적 기준 넘은 표적 수사”… 백악관 가세
이러한 미 의회의 움직임에 백악관도 즉각 동조하고 나섰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쿠팡은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표적(Singled out)이 되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쿠팡 사태를 한국의 국내 규제를 심각한 무역 장벽이자 ‘한미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미국의 시장, 군대, 자본, 그리고 자제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혜택은 권리가 아니다. 한국이 신뢰받는 파트너로 남고 싶다면, 신뢰받는 파트너답게 행동해야 한다. 만약 반미 경제 민족주의를 선택한다면, 워싱턴은 가혹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쿠팡사태를 ‘동맹국이 가한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함에 따라 향후 배터리, 반도체에 이어 플랫폼·이커머스 분야 등 한미 통상 갈등의 뜨거운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