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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선택적 모병제보다 ‘유연한 국방 의무 모델’ 검토해야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8-19 12: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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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사례로 본 모병제의 한계와 맞춤형 국방 의무 모델의 필요성

덴마크가 여성까지 포함한 ‘성 중립 징병제’를 본격 가동한 가운데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이사벨라 공주도 군 복무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인구 절벽 시대에 병역 자원이 급감하면서 대한민국은 정전 체제에서 최소한 유지해야 할 50만 명의 상비병력 선이 이미 무너진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병역 자원 급감은 병역 복무 기간 단축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병역 복무 기간 단축은 인기 정치의 산물이다. 김영삼 정부는 30개월에서 26개월로 단축했고, 노무현 정부는 26개월을 21개월 단축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육군 기준 최종 18개월로 단축했다. 

정치권에서 현재 대안으로 거론하는 ‘선택적 모병제’는 징집병의 복무 기간을 현재 18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줄이고, 모병을 통해 전문병과 부사관을 뽑아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겠다는 구조다. 

하지만 과연 돈을 더 준다고 힘든 군 생활을 자원할 청년이 얼마나 되겠으며, 부사관에게 파격 대우를 한다면 장교들은 어떤 대우를 할 것인지? 형평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1. 선택적 모병제의 구조적 모순과 보이지 않는 인간 자존감 문제

선택적 모병제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한 이원화 구조로 치명적인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다. 징병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의무이기에 무수한 갈등을 줄이는 가장 공평한 병역제도다. 그러나 두 제도를 혼용하면 일본의 자위대처럼 경제적 취약 계층의 모병 입대가 집중되면서 국방 의무가 특정 계층의 생계수단으로 변질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모병을 선택한 부사관들은 함께 근무하는 전우로부터 ‘뭐 할 일이 없어서 군에서 말뚝을 박는가?’ 식의 평가절하 시선을 받게 되며, 이는 곧 심각한 자괴감과 자존감 손상으로 이어져 지원율 급감과 우수 부사관의 조기 전역을 초래한다. 

가용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징집병 복무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면 초급간부 지원율이 폭락하고 중견 간부마저 조기 전역으로 이어져 현재도 흔들리는 군의 지휘 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사실상 국군 해체로 직결될 수 있다.

2. 모병제 국가의 구조적 모순 극복을 위한 징병제로 환원 사례

해외 모병제 국가들의 실태를 살펴보면 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인구 절벽으로 인한 가용 자원 고갈로 제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저출산·고령화를 겪는 일본 자위대는 18세 청년 인구가 급감했고, 미국은 비만, 약물 사용, 정신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군 지원자 중 기준 충족 비율이 23% 미만으로 급락했다. 

아울러 유럽의 모병 국가들 역시 극심한 모집난을 겪고 있으며, 대만, 체코, 폴란드, 헝가리,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은 안보 위기와 모집난으로 인해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추세다. 

또한 미국과 영국처럼 직업 군인에게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는 국가는 첨단 무기 도입과 연구 예산을 감소시켜 군 현대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Z세대의 탈권위적 가치관 속에서 IT, AI, 첨단 제조업 등 민간 고부가가치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청년들이 군 복무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경력적 기회비용은 압도적으로 커져 모든 국가에서 전통적인 모병 유인책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3. 공정한 사회로 도약을 위한 여성 징병제 검토

선택적 모병제는 현저한 보상을 전제로 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표를 노린 인기 정책이자 미봉책에 불과하다. 굳건한 안보와 공정한 병역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없는 선택적 모병제보다 여성 징병제 검토를 포함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유연한 국방 의무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남성에게만 부과되었던 18개월의 희생은 고질적인 젠더 갈등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스라엘과 노르웨이처럼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공평하게 수행하여 남성 중심의 희생 구조를 개선하고 국민적 연대감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미래 전장은 물리적 완력보다 인공지능(AI), 드론, 사이버 보안, 데이터분석 등 첨단 기술력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이스라엘은 20대 초반의 창의적인 영재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최첨단 무기 체계 개발과 기술 난제를 해결하고, 전역 후에는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벤처 창업 생태계(사이버 보안, AI 등)를 이끄는 주역이 되는 ‘탈피오트(Talpiot)’ 프로그램과 여성 중심 사이버 방위 부대처럼 첨단 과학기술 영역에서 여성의 높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력 강화의 조건이 되었다.

덴마크 왕위 계승 서열 2위 이사벨라 공주가 20kg의 군용 배낭을 지고 동기들과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은 표심과 갈등에 눈치 보며 여성 징병제를 미뤄온 우리 사회에 신선한 경각심을 준다. 인구 소멸이라는 절벽 끝에 선 대한민국의 국방은 더 이상 남성의 희생으로 유지될 수 없다. 

안보라는 생존 울타리가 무너지면 그 어떤 자유와 미래 가치도 유지할 수 없다. 여성 징병제는 공정한 책임 공유와 첨단 전력의 전문화로 자원 부족을 보충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도약하는 유일한 열쇠다. 그 열쇠를 용기 있게 공론화하는 위정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4. 저마다 심신 여건에 맞는 ‘유연한 국방 의무 모델’ 검토

나아가 징병 확대를 넘어 제도를 현대화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북유럽 선진국은 개인의 신체적 강점은 전투병으로, 기술적 역량은 정보·사이버 분야로 배치하는 맞춤형 병역 시스템으로 전국민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시행 중인 ‘성 중립적 선발식 징병제’를 응용하여, 소방, 재난 구조, 보건, 사이버 보안 등 국가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한 다양한 분야를 의무 복무 선택지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스웨덴이 징병제를 재도입할 당시 군사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 및 비상 대비 인력 확충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다. 병역을 단순한 군 복무에서 ‘국가 봉사’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모든 국민이 기여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안보가 무너지면 누구도 생존할 수 없다. 정전 체제에서 선택적 모병제는 안보 자해 행위다. 모든 국민의 역량과 잠재력을 안보와 국가 봉사에 기여하는 ‘맞춤형 국방 의무 모델’을 검토하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여성 징병제를 포함한 유연한 국방 의무 모델 구축으로 인구 절벽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국방 강국으로 도약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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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8-19 13:17:47

    정치가 망가뜨린 병역제도 분석을 기초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명칼럼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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