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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비핵화 없는 ‘종전 제안’은 대화 유인책인가, 안보 자해인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8-18 1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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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 위협 4대 악성 정책… 전작권 환수, 국군사관학교 창설, 종전 제안, 선택적 모병제 중단 촉구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오늘은 북한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50주년이다. 돌이켜보면 1976년 도끼 만행 직전에도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위장 평화 공세를 펴면서 이면으로는 JSA 내 폭력과 도발을 누적시켰다. 이처럼 북한의 본성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공격적 집단임을 상기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을 향해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종전’을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기 위한 다자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은 정부의 종전 제안에는 반응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요구에는 반응을 했다고 한다. 

남북대화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자회담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모양새지만, 이번 ‘종전’ 제안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적 허점을 안고 있으며, 대화 유인책이 아닌 평화 정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안보 자해가 될 우려가 크다.

1. ‘선(先) 종전·평화’가 빚어내는 외교적 착시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멈추지 않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며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무력 결단을 위한 사상교육을 강화하면서 대남 위협을 높이는 와중에 불쑥 던져진 이번 종전 제안은 북한 정세와 동떨어진 ‘정치·외교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특히 대한민국이 정전협정의 법적 당사자(미국과 북한과 중공)가 아니라는 국제법적 한계를 망각한 치명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당사자 쌍방으로 명시되지 않은 국가는 조약의 주체가 될 수 없다(사진 참조).

대한민국이 1953년 7월27일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의 법적 당사자가 아님을 말해주는 문서.

실질적인 핵 폐기 담보 없는 종전 선언은 북한에게 대북 제재 해제의 명분만 안겨주는 치명적인 패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그래서 과거 경축사에는 ‘비핵화’라는 핵심 키워드를 반드시 포함을 했는데, 이번 경축사에는 ‘핵 능력 고도화 중단’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우회적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2. 종전 협상의 허상의 역사-영국·독일의 뮌헨회담과 한반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적의 야욕을 달래려다 참혹한 실패를 맞이한 역사적 교훈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그대로 투영된다. 

1938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독일 나치 정권의 팽창 정책을 저지하겠다는 명목 아래 히틀러와 ‘뮌헨 평화협정’을 맺고 “우리 시대의 평화를 가져왔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서류 쪼가리에 불과했던 그 환상적인 평화 약속은 히틀러에게 더 큰 침략의 날개를 달아주었을 뿐이며,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화마로 돌아왔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체제 변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제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면 제2의 뮌헨회담과 다를 바 없으며, 우리 스스로 무장 해제에 나서는 치명적인 역사적 과오 목록에 또 추가하는 꼴이 될 것이다. 

3. 북한의 평화 기만전술에 당하고도 우리가 평화 공세를 취하는 이중성

돌이켜보면, 북한의 진정성 검증 없이 정치적 이벤트로 추진된 ‘종전’과 ‘평화’의 약속은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북한의 기만전술로 끝났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은 수많은 평화 협정과 불가침 약속을 일삼았으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핵무장 완성의 시간과 공간을 벌어들였다. 

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판문점 선언과 2018년 9월19일 평양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언제나 대화의 장 뒤에서 은밀하게 핵과 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이어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기만전술에 그토록 처절하게 속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우리가 실효성 없는 ‘평화 공세’에 매달리는 이중적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 전제 없는 종전 제안과 검증 없는 평화 구걸은 북한 정권에 면죄부만 쥐여주었던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4. 이란 비핵화 동참 거절은 한미동맹 억지력 약화 초래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 동참을 요구했을 때, 이를 거부하여 한반도 비핵화 프레임과 전략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버린 것은 뼈아픈 외교적 실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안보 이슈에 보조를 맞추며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해야 함에도, 이를 안이하게 거절함으로써 스스로 외교적 공간을 좁히고 미국의 불만을 자초했다.

이처럼 글로벌 차원의 공조를 외면한 대가는 곧바로 한미동맹의 균열과 트럼프의 ‘뒤끝’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 동맹의 기여에 민감한 미국 행정부에 “No thanks”라는 거절 신호는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조정 문제 등에서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명분만 쥐여준 셈이며, 결국 한미 공조의 신뢰를 흔드는 외교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외교적 마찰을 빚으면서 정치적 수사(이벤트)인 종전 논의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나 동맹 방위태세의 이완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안보는 정치적 자존감과 막연한 기대의 영역이 아니다. 철저한 힘의 우위와 굳건한 동맹 공조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현 정부의 △한미동맹 파탄을 의미하는 전작권 조기 환수 △군의 정통성과 정체성과 국민 의지에 반하는 국군 사관학교 창설 △북한의 적대적 강경 태도에 반하는 종전(終戰) 제안 △군의 병역제도 근간을 흔드는 선택적 모병제는 모두 안보 파괴이자 안보 공백을 초래하기에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5. 진정한 평화는 동맹 기반의 ‘힘’을 바탕으로 할 때만 유효하다

안보 역사는 적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의 일방적 구애와 종전 제안은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안보의 빗장을 스스로 해제하여 전쟁을 불러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만 병합 양안전 시도와 맞물려 북한이 한반도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100여 Km의 전술도로 개설, 비약적으로 향상된 드론 기술, 사상 교육 강화는 우리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금의 종전 제안은 안보 포기 선언에 불과하다. 지금 정부가 몰두해야 할 것은 실효성 없는 뜬구름 잡기식 다자 대화 구상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고도화된 북한의 드론·비대칭 위협과 오판을 원천 차단할 철저한 대비태세와 동맹 기반의 단호한 억지력 구축이다. 

대한민국 생존의 기본 토대인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4대 악성 정책인 전국종모 △전작권 환수 △국군사관학교 창설 △종전 제안 △선택적 모병제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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