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 28일 YTN과 연합뉴스TV의 승인 유효기간을 3개월 단축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헌법재판소. 사추위 설치를 강제한 방송법 조항의 위헌 여부와 효력정지 가처분이 현재 헌재에서 심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28일 YTN과 연합뉴스TV의 보도전문채널 승인 유효기간을 각각 3개월 단축했다. 당초 2028년 3월 31일까지였던 승인기간은 2027년 12월 31일까지로 줄었다.
방미통위는 두 회사에 오는 10월 10일까지 방송법 제20조 제3항과 제4항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고 다시 명령했다.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인원과 구성 방식, 후보자 추천 기한 등을 정관에 기재하라는 것이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이 현장에서 형해화됐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사추위가 구성되지 못한 데 YTN 최다액출자자 유진이엔티와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연합뉴스의 주요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TV는 주총 부결, YTN은 노사 교착
두 회사가 사추위를 구성하지 못한 원인은 다르다.
연합뉴스TV 노사는 회사 추천 4명, 노조 추천 4명, 시청자위원회 추천 1명 등 총 9명으로 사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회사 측 몫 가운데 3명은 연합뉴스가, 1명은 소수 주주와 협의해 추천하는 구조였다.
이 안은 이사회를 통과했지만 7월 31일 임시주총에서 찬성률 51.31%에 그쳐 부결됐다. 상법상 정관 변경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회사 측 위원 4명 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연합뉴스와 일부 주주가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연합뉴스TV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의 반대가 사추위 무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설명이 맞는다.
YTN은 주총에서 부결된 것이 아니다. 사추위 구성과 추천권 배분을 놓고 노사가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유진이엔티가 사추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반발했고, 회사는 노사 동수와 사장 후보 3배수 추천 등을 제시했지만 교착을 풀지 못했다.
따라서 “두 회사 모두 주주 반대로 사추위가 무산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설치는 방송법, 정관 변경은 주총 권한
방송법 제20조 제3항은 보도전문채널 사업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쳐” 사추위를 설치·운영하도록 한다. 제4항은 사추위 구성과 운영 사항을 정관에 기재하고, 나머지 운영규칙도 노조와 합의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정관 변경 권한이 상법상 주총에 있다는 점이다. 방송법은 사추위 설치와 정관 기재라는 결과를 강제하면서도 주총이 이를 부결할 경우의 대체 절차를 두지 않았다. 노사와 이사회가 합의안을 마련하고도 주총에서 부결된 연합뉴스TV가 바로 그 입법 공백을 드러냈다.
방송법이 상법에 대한 특별법이라는 반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특별법 우선 원칙은 법률 간 적용 순서를 정할 뿐이다. 방송법이 주주의 의결권과 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제한하려면 헌법상 필요성과 비례성을 갖춰야 한다. 특별법도 헌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결국 쟁점은 어느 법이 우선하느냐가 아니다. 방송 공공성을 이유로 민간회사의 대표 선임 구조를 법률로 바꾼 수단이 필요하고 최소한의 제한이었느냐는 것이다.
노조 참여가 공공성을 담보한다는 근거 있나
방송법은 교섭대표노조와의 합의를 의무화했지만 노조가 국민이나 시청자, 공익을 대표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노조 참여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높이는지 평가할 객관적 기준도 없다.
노조는 보도 독립을 지키는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조건과 구성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결사체가 곧 국민과 시청자의 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의 대표성·중립성과 사추위원의 이해충돌을 검증하거나 추천권 행사에 책임을 묻는 장치도 확인되지 않는다.
더욱이 법은 노조의 단순 참여가 아니라 ‘합의’를 요구한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추위를 설치하기 어려워 사실상 법정 동의권 또는 거부권을 부여한 구조다. 반면 사장 선임에 따른 투자 손실과 경영 실패는 주주와 이사회가 책임진다.
방송이 공적 규제를 받는 승인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공성은 규제의 출발점이지 어떤 규제든 정당화하는 백지수표가 아니다. 국회는 최대주주의 사장 선임이 공공성을 훼손하고 노조 참여가 이를 개선한다는 근거, 그리고 덜 침해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사외이사 확대나 이사회 특별다수제, 편성 독립 강화, 임기 중 해임 요건 엄격화 등 다른 방법도 있다. 보도 기능과 여론 영향력을 가진 종합편성채널은 제외하고 보도전문채널에만 사추위를 강제한 이유도 평등원칙상 검증 대상이다.
문제는 선임제도보다 임기 무력화였다
공영방송에는 이미 사장 선임·해임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 구도가 바뀌고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은 공정성 훼손이나 경영 실패 등을 이유로 임기 중 물러났다.
정연주·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은 대법원에서 취소됐고, 김의철 전 사장도 해임 취소 1심 판결 뒤 항소가 취하됐다.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이미 임기가 끝나 복직할 수 없었다. 다만 부당노동행위 등이 인정된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은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므로 구분해야 한다.
반복된 문제는 사장 선임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 때마다 임기를 무력화하고도 사법적 통제가 뒤늦게 이뤄졌다는 데 있었다. 사추위는 후보 추천권의 배분을 바꿀 뿐, 정치적 해임과 늦은 권리구제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
본안 2건·가처분 1건 모두 헌재 심리 중
사추위 조항의 합헌성은 이미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YTN이 제기한 2025헌마1559, 유진이엔티가 제기한 2025헌마1609 사건의 심판 대상은 모두 방송법 제20조 제2∼4항과 부칙 제3조다. 두 사건은 각각 2025년 12월 2일과 16일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두 사건은 현재 서면심리 중이다. 관계기관 의견서와 보조참가 신청서 등이 제출됐으며 헌재 사건검색에는 ‘쟁점 파악 및 기본권 침해 여부 등 검토 중’으로 표시돼 있다. 공개변론과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YTN이 별도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2025헌사1180도 변수다. 이 사건은 2025년 11월 25일 접수된 뒤 9개월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사이 상황은 달라졌다. 신청 당시 제재는 장래의 위험이었지만 방미통위는 지난 28일 승인기간을 실제로 단축했다. 10월 10일까지 시정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 위헌 여부를 다투는 동안 손해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가처분의 긴급성과 필요성을 새로 판단할 사정변경이 발생한 것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본안 결정 전까지 사추위 의무와 추가 제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되더라도 그것이 곧 합헌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기적인 결론은 두 본안 헌법소원에서 내려진다.
다만 헌재 가처분이 인용돼도 8월 28일 처분이 자동 취소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승인기간 단축 자체를 다투려면 행정법원에 집행정지와 취소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한다.
팩트체크 판정: 근거 불충분
교섭대표노조와 합의해 사추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는 현행 방송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노조가 국민·시청자 또는 공익을 대표하거나, 노조 참여가 방송 공공성을 담보한다고 규정한 조항은 없다. 이를 검증할 객관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방송법은 상법상 주총이 정관 개정을 부결할 경우의 대체 절차와 책임 기준도 두지 않았다. 공공성이라는 입법 목적과 별개로 노조에 사실상의 동의권을 주고 주주·이사회의 권한을 제한한 수단의 정당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현재 유효한 법률을 집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법률의 효력정지와 위헌 여부가 헌재에서 심리되는 동안 실질적 제재부터 단행했다. 이제 단기적으로는 가처분, 장기적으로는 본안 헌법소원 결과가 사추위와 방미통위 처분의 향방을 가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