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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안보칼럼] 호르무즈 파병 왜 해야 하는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9-07 12: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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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에 선 국가 생명선, 얄팍한 축소 파병은 직무유기

[그래픽=연합뉴스]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군이 이란 유조선 카일로호 등 3척을 맹폭하는 실질적 교전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란은 미군 항공모함과 무인 수상정에도 재차 타격을 가했다. 이 와중에 미국은 중동 원유 최대 수입국인 한국을 향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동참을 압박하고, 이란은 친이란 매체 알마야딘과 파르스통신을 동원해 한국의 파병을 '군사적 침략 및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며 노골적인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선이 강대국들의 무력 충돌과 양면 압박 한가운데에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국가 생존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도 정부는 범여권의 파병 반대 여론과 이란의 협박에 갇혀 좌고우면하고 있다. 당초 검토했던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반(EOD) 파견마저 인명 피해 우려를 핑계로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운용에 필수적인 150명 안팎의 병력을 빼고 껍데기만 남긴 채 파병 규모를 대폭 축소하려는 눈치 보기는 최악의 패착이다. 

대한민국 원유 수입량의 72%,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30%가 폭 39~54km에 불과한 이 좁은 병목 구간을 통과한다. 연간 1,700척 이상의 국적선이 지나는 이 생명선이 봉쇄되면 대한민국의 기간산업과 자유 시장경제는 즉각 질식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동맹의 하청 작전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민생과 주권을 수호할 자위권적 결단이다.

1. 치안 작전과 파병은 다르다, 완벽한 무장의 '기동전투선단' 꾸려야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공식 참여를 피한 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로 슬그머니 연장했다. 이는 헌법적 절차를 건너뛴 전형적인 꼼수이자 비겁한 타협이었다. 

소총과 사제 로켓(RPG-7)을 든 소말리아 해적을 상대하던 아덴만의 치안 작전과 이란 정규군이 도사리는 호르무즈의 안보 위협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샤헤드-136 자폭 드론, 사거리 수백 킬로미터의 대함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자폭 무인정, 기뢰가 얽힌 현대전의 화망 속으로 구축함 한 척만 달랑 밀어 넣는 행태는 장병들의 생존성을 내팽개치는 무책임의 극치다.

고위협 원해에 군을 파견하려면 실질적 생존성과 억제력을 갖춘 '기동전투선단(Task Group)' 전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탄도탄 요격과 드론 벌떼 공격을 촘촘하게 막아낼 세종대왕급 또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DDG)이 함대의 광역 방공 우산을 펼쳐야 한다. 

더불어 대함·대잠 호위를 분담할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II)이 다목적 타격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전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1만 톤급 소양급 군수지원함(AOE-II)이 반드시 동행하여 현지에서 유류와 탄약을 보급해야 하며, P-8A 해상초계기가 광역 감시를 전담해야만 아군 선단 호위와 독자적 원해 생존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의 해상 방어에 당장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이 또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2. 7,000km 원해의 공중 엄호 공백, 항공모함이 장차 해답이다

군함이 아무리 강력한 무장을 갖추어도 하늘이 뚫리면 표적이 될 뿐이다. 한반도에서 7,000km 이상 떨어진 중동 원해에서는 우리 공군 전투기의 공중전투초계(CAP) 엄호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완벽하게 편성된 기동선단조차 자국 공군의 방공 반경을 벗어나는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는 공중 조기경보와 제공권 확보에 결정적인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항공모함' 도입의 당위성을 직관적으로 증명한다. 그간 항모 사업은 "육상 비행장이 빽빽한 한반도 주변에서 왜 바다 위에 비행장을 띄우느냐"는 단견과 회의론에 번번이 발목을 잡혀왔다. 

그러나 전략 해상교통로(SLOC)가 차단될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체 함재기 운용으로 선단을 호위하고 장거리 타격력을 투사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항공모함이 유일하다. 

호르무즈 위기는 지지부진하던 항모 소요제기를 '북한 억제용 보조 전력'이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생명선을 수호하는 대양해군의 전략적 심장으로 프레임을 전환할 가장 확실한 방아쇠다.

3. 노무현의 결단이 남긴 교훈, 당당한 국회 비준으로 정당성 확보하라

파병의 역사적 손익계산을 돌아볼 때, 2003년 서희·제마부대 파견과 2004년 자이툰부대 창설을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은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벌인 극렬한 반대 운동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한미동맹의 결속과 전후 복구 사업 참여라는 명백한 국익을 택했다. 

진영의 이념보다 국가의 실리를 앞세운 이 냉철한 현실주의 결단 덕분에 한미 FTA의 발판이 마련되었고 안보 위기 관리가 가능했다. 

좌파 진영의 지도자조차 국익 앞에서는 이토록 실용적 결단을 내렸다. 국가의 숨구멍을 지키는 군사적 결단 앞에서 좌고우면할 까닭이 전혀 없다.

4. 군함이 닻을 올리기 전에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최우선 과제

헌법 제60조 제2항이 명시한 '국회 비준동의안'의 조기 제출이다. 더 이상 2020년 식의 행정 편의주의적 꼼수로 군을 사지에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는 세 가지 명분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첫째, 외세의 요구가 아닌 '자국 상선과 에너지 생명선 수호'라는 주권적 대의다. 

둘째, 정규전에 개입하지 않고 상선 호위와 자위권 행사에 한정한다는 '엄격한 교전수칙(ROE)'의 명문화로 불필요한 확전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 

셋째, 국회 비준은 정쟁의 제물이 아니라 위험 해역에 투입되는 국군 장병이 국제법과 국내법의 철저한 보호 아래 임무에 전념하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핀'임을 국민 앞에 호소해야 한다. 

철저한 기동전투선단 편성, 장기적 항공력 투사 비전, 그리고 당당한 헌법적 비준 절차가 단단히 맞물릴 때 대한민국 해군은 연안의 족쇄를 끊고 번영을 지키는 대양해군으로 비상할 것이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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