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왼쪽)과 연세대(오른쪽) [사진=연합]
연세대와 고려대가 해외의 다작 연구자들을 객원·특임 등 비전임 교원으로 대거 영입한 뒤, 이들이 국내 장기 체류나 강의 없이 논문에 학교 소속을 병기하도록 해 대학평가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이른바 ‘학술 용병’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대학들은 국제협력 차원의 정당한 전략이라고 해명하겠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이는 단순한 국제화 정책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문제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은 실적을 팔지만 대학은 신뢰를 가르친다. 학생은 강의실과 연구실, 지도와 토론, 학문 공동체를 기대하고 등록금을 낸다.
그런데 강의실엔 없고 학생 지도도 없으며 실질 협업도 희박한 연구자를 학교 이름 아래 매단 뒤, 그 이름으로 논문 실적만 대학 성과로 잡히게 했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외형 관리다.
QS는 연구성과와 국제성 지표를 대학 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런 구조 아래에서 학교 이름의 병기가 순위 경쟁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실이 최종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전임교원 제도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니다. 교육부 자료를 봐도 초빙·겸임 등 비전임교원 운용은 제도 안에 존재한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제도의 사용 목적이다. 교육과 연구 협력을 위해 둔 자리인지, 아니면 대학평가 지표를 부풀리는 장치로 변질됐는지 따져야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임용 형식이 아니라 임용의 실질이다.
바로 그 때문에 국회 교육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외국인 비전임교원의 임용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실제 강의와 학생 지도가 있었는지, 국내 공동연구 실적은 어느 정도인지, 논문 소속 병기에 어떤 인센티브가 제공됐는지, 그 결과가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교원 현황과 제도 운영을 관리·점검하는 주무 부처다. 이런 방식의 운용이 수년간 이어졌다면 교육부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점검했는지 밝혀야 한다. 대학 자율은 방임의 면허가 아니다. 자율은 신뢰를 전제로 하지만,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감독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이번 논란은 특정 대학 두 곳의 평판 문제로 끝날 사안도 아니다. 이미 연합뉴스 보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대학들이 저명 학자들에게 거액을 주고 자교 소속 기재를 요청했다가 국제적 논란을 빚은 사례를 함께 거론했다.
한국 학계가 비슷한 의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손실은 작지 않다. 연고대 문제가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 전체의 신인도 문제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이 ‘국제화’라는 좋은 말을 방패로 삼아 실질 없는 소속 병기를 미화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부가 ‘대학 자율’이라는 익숙한 문장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는 일이다.
교육기관의 도덕성은 대학평가 순위표보다 훨씬 무겁다.
강의실에 없는 교원을 논문 실적표에만 올려놓는 방식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순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학문의 품격을 깎아내린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조사하고, 공개하고,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용어 설명:
QS는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이자 그 기관이 발표하는 세계대학순위를 뜻한다. 정식 명칭은 Quacquarelli Symonds, 흔히 QS World University Rankings라고 부른다. 전 세계 대학을 비교하는 대표적 랭킹 가운데 하나다. 대학을 평가할 때 연구성과, 평판, 국제성, 고용성과 등 여러 지표를 반영한다. 그래서 대학들이 논문 소속, 국제교원, 국제협력 같은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 설명으로 QS가 자주 등장한다. QS는 자사 공식 설명에서 랭킹 방법론을 공개하고 있고, 2026년판 세계대학순위도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