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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최우선이라는 첫 통일교재… 북 인권은 뒤로
  • 한미일보 정치부 기자
  • 등록 2026-03-30 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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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정부 첫 통일교육 기본교재 발간
  • ‘자유·민주’ 줄고 ‘평화공존·공동성장’ 전면에
  • 北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충돌, 인권 약화 논란

통일부 국립평화통일교육원은 정책 환경과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한 '2026 통일문제 이해'와 '2026 북한 이해'를 30일 발간했다. 이번 통일교육 기본 교재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통일교육 기본교재가 통일의 핵심 가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보다 ‘평화’에 두는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30일 ‘2026 통일문제 이해’와 ‘2026 북한 이해’를 발간했다고 밝혔고, 이번 교재에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비전”과 최근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표현의 조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단순한 어휘 수정이 아니라 통일을 어떤 가치로 이끌 것인가에 관한 방향 조정에 가깝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교재는 “평화는 한반도 통일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고 적시했다. 반면 지난해 교재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의 목표를 말하는 문장보다, 통일에 이르는 원리를 말하는 문장이 바뀐 셈이다.

 

국가상에 대한 묘사도 달라졌다. 지난해 교재가 통일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의 기반 위에서 하나로 통합하는 것”으로 설명했다면, 올해는 “새로운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일 한반도의 비전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평등·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옮겨갔다. 

 

결국 이번 교재가 말하는 새로운 공동체는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앞세우고, 그 정치적 형식은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로 설명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서술이 지금의 북한 현실과 정면으로 긴장 관계에 놓인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이미 2024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불과 지난 3월에도 북한은 남한을 “가장 적대국”으로 공인했다는 입장을 다시 드러냈다. 

 

남북관계를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몰아가는 상대 앞에서, 한국의 통일교육 교재가 평화공존을 상위 가치로 올려놓은 것은 현실 인식과 정책 언어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논란은 인권이다. 올해 교재는 ‘인권’을 보편 가치의 하나로 말하고 있지만, 실제 보도된 구성 변화를 보면 북한인권의 독립적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지난해 ‘통일문제 이해’에서는 ‘북한 인권’이 별도 절로 11쪽 분량 소개됐지만, 올해는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 아래 ‘남북인권협력’ 소제로 3쪽 정도만 다뤄졌다. ‘북한 이해’ 교재에서도 관련 서술은 지난해 19쪽에서 올해 4쪽 수준으로 축소됐다. 

 

인권을 말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은 전면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 변화는 ‘북향민’이라는 새 용어와 맞물릴 때 더 선명해진다. 통일부는 탈북민의 대체 표현으로 쓰는 ‘북향민’의 영문명을 ‘North Korean-born citizens’로 정하면서, 이들이 남한의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동등한 시민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적 통합의 관점에서 보면 이 표현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민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그 시민의 권리와 인권을 더 두텁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용어의 진전이 내용의 후퇴를 가리는 외피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결국 이번 교재의 핵심 변화는 분명하다. 

 

‘평화’는 더 이상 통일 이후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통일을 이뤄가는 핵심 방식이자 우선 가치로 올라섰다. 

 

반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명시성이 약해졌고, 북한인권은 독립된 핵심 의제에서 협력과 인도주의의 하위 항목처럼 재배치됐다. 

 

이재명정부의 첫 통일교재는 그 자체로 한 정부의 통일 철학을 보여주는 문서다. 그리고 그 철학은 지금 이렇게 읽힌다. 

 

평화를 더 앞세운 만큼, 북한 주민의 인권과 북한 정권의 적대 노선에 대한 경계는 뒤로 밀렸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북한이 우리를 주적으로 규정한 현실에서도 평화는 최우선 가치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평화가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보다 앞서는 순간, 그 통일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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